나는 지난 1월 공황장애(발작성 불안장애)를 진단받고 2-3주에 한번씩 정신의학과를 다니면서 약을 복용하고있다. 진료는 빼먹지 않고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복용약에 대한 지시도 잘 따르고 있다. 그래서 치료를 시작하면서 완치까지는 최소 1년을 말씀해주셨던 원장님 말씀을 따라 내년 1월까지는 묵묵히 약을 복용하고 차도가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먹는 약은
1. 산도스설트랄린정 100밀리그램
2. 모사핀정
3. 리보트릴정 0.5밀리그램 (원래 1밀리그램에서 반으로 줄었다. 최근에 좀 좋아진 것 같아서 원장님이 약을 줄여주셨다.)
4. 자나팜 0.25밀리그람 (알프람졸람)
초반에 증상이 진짜 심했을 때는 자나팜(알프람) 0.5 밀리그램도 필요시 약으로 따로 처방받아서 갖고 다니면서 외출하기 30분 전에 꼭 먹고 나가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필요시 약을 따로 먹지 않아도 어느 정도 외출은 가능하다.
그리고 커피도 초반에는 카페인때문에 절대 금하고, 술도 금하라고 하셔서 둘 다 거의 입에도 안대고 살았는데 최근에는 커피도 오전에 한 잔 정도는 카페인 있어도 괜찮다고 해주셔서 커피를 좀 마시고 있다. 오전에는 카페인 있는 커피를 내려 마시고, 오후에는 디카페인을 내려 마신다.
지난달에는 잠에 잘 들지 못해서 그 부분을 말씀드렸더니 처음에는 멜라토닌을 처방해주셔서 몇 번 먹었는데, 잠에 들어서도 약효가 끝날때쯤 되면 새벽 3시쯤에 꼭 잠이 깨서 힘들다고 말씀을 다시 드렸다. 그랬더니 수면제도 반알짜리를 처방해주셨는데 그걸 먹으니까 다음날 낮 3시까지 계속 자게 되더라. 그래서 안먹기 시작하고 억지로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했더니 차도가 좀 있어서 지금은 멜라토닌 안먹는다.
멜라토닌 처방이 들어가느냐 안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약값이 많이 달라진다.
멜라토닌은 비급여이기 때문에 멜라토닌 처방이 들어가면 일단 약값이 만원이 넘어간다. 그렇지만 나는 흔쾌히 낼 수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말 만세 만세 만만세다. 아직도 필요시 약으로 받은 멜라토닌 약들이 30알 정도 남아있어서 때때로 잠이 안오거나 잠들기 힘든 때 복용하고 있다. 나는 약이 있으면 추가 처방을 요청하지는 않는다.
공황장애 진단 초반에는 아침 점심 저녁 세번 먹는 약이 있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취침약만 먹고 있다.
아침 점심약 처방받았던 것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때때로 오전에 상태가 좋지 않아 공황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챙겨 먹고 있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는데, 집에 가만히 있는데도 가끔씩 공황이 찾아올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할 때가 있다.
그런 때 먹고, 30분 정도 쉬어준다. 소파에 눕거나, 침대에 누워서. 그럼 조금씩 나아지고 다시 컨디션이 회복된다.
내가 다니는 하늘약국 약사님들은 항상 처방약이 포장되어 나오면 처방전과 맞게 약이 조제되어 나왔는지 대조해보신다. 그러면서 저번에는 이 약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이 약이 추가가 됐네요? 잠을 잘 못 주무시나봐요. 저번에는 아침약이 있었는데 이번엔 빠졌네요. 좀 좋아지셨나봐요. 등 조제된 약에 대한 변동이 있는 부분을 짚어주시고 복약 지도를 해주신다. 너무 좋다. 이런 약사분들의 세심한 배려가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다. 감사하고.
처음 공황장애인 줄 모르고 혼자 끙끙 앓으며 지낼 때 안정액도 먹어보고, 별 짓을 다 했는데 이제는 약만 잘 챙겨 먹으면 공황이 있기 전의 나로 100% 돌아간 느낌으로 생활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혹시라도 갑자기 찾아오는 숨쉬기 곤란한 증상, 죽을 것 같은 느낌,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증상을 여러차례 겪은 분들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가까운 정신 의학과를 꼭 찾아 진료를 받아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공황장애 치료 10개월차인 나의 경험에 비추어 감히 조언을 드려보자면, 처방 받는 약에 대한 의존도가 초반에는 좀 강하게 있을 수 있다. 안정제를 먹지 않으면 외출을 하지 못 할 것 같고 또 공황이 와서 죽을 것만 같고 그렇겠지만 천천히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런 공포감은 사라진다.
초반에 본인의 공황장애증상 정도에 약을 맞추기 위해 약을 여러번 바꾸게 될 수도 있고, 용량을 늘이고 줄이고 하는 여러가지 단계를 거치게 될 것인데 그것은 본인에게 맞는 약이 나타나는 순간까지는 몸이 힘들더라도 견뎌야 한다. 나도 맞는 약을 찾기까지 구역감, 머리 어지러움 등 부작용을 여러번 겪었고 그 때마다 원장님이 약을 바꿔주시고 용량을 줄여주시고 여러가지 조정을 해주셨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나에게 맞는 용량과 맞는 종류의 약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공황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외출하면 언제 공황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이러다 죽을 것만 같아서 나는 집에서 30초 떨어진 편의점도 가지 못했었다. 심장이 너무 많이 뛰어서 곧 죽어버릴 것만 같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황 진단 전과 같은 생활을 하며 지낸다.
내가 공황일까? 그렇지만 정신의학과는, 정신과는 무서워. 뭔가 낙인이 찍히는 것 같아. 약에 의존하게 되면 어떡하지? 나중에 약을 못끊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나 또한 했었다. 원장선생님께 "저는 약에 대한 의존도가 생길까봐 치료를 해야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너무 겁이 나요."라고 솔직히 말씀드렸고 원장님은 "치료 단계에 따라서 약을 줄여나가면 의존도에 대한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안심시켜주셨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블로그도 시작하고 바깥으로 외출도 하고 친구들과 놀러도 다니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공황 발작 재발 없이!
그러니 공황을 겪은 모든 분들은 언제 다시 찾아올지모르는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꼭 가까운 정신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긴 터널 같았던 공황장애 초반 치료기간 중, 나는 여러종류의 공황장애 치료중이거나 완치된 분들의 책을 읽었는데 그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쓴 작가분께서 꼭 끝까지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책 속에 적힌 공황 발작이 올 때의 상황을 읽을 때는 내가 겪었던 공황 발작 상황이 생각나면서 아찔해지기도 했지만 묵묵히 읽어나갔다. 공황 치료를 막 시작한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추천해보고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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