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마스크만 쓰다 어영부영 보낸게 너무 허망해서, 2021년에는 뭐 하나라도 '해냈다!'는 성취감을 위로삼을 수 있게 살아보자 다짐했다. 그리고 1월 1일 (정확히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교재들이 도착한 1월 4일부터)부터 딱 한 달, 집중해서 했던 공부가 끝이 났다.
아니 사실 끝은 아니지. 이제 HSK 6급 준비할거니까. 6급은 퇴근하고 짬짬이 시간 내서 준비해가지고 될 시험이 아니다. 내 실력 믿고 대충 띄엄띄엄해서 될 시험이 아니라는 것. 응시료부터 6급은 10만원이 넘어가니, 토익처럼 늦잠 좀 더 자자해서 제끼고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다해서 바로 다시 접수하고 또 볼 그런 시험 수준이 아니니까. 6급은 정말 집중해서 긴 시간 공부하고, 올해 마지막 시험 응시를 목표로 하고있다.
여튼,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한 달 동안 퇴근하고 최소 3시간에서 최대 5시간까지 집중해서 공부했던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한 달 동안 게으름부리지 않고 열심히했다. 9시부터 6시까지 책상에 앉아서 일하고, 퇴근하고나서 또 책상에 앉아서 3-5시간 공부하는게 말이 쉽지. 해보면 절대 쉽지 않다. (사실 책상에서만 공부하지 않았다. 거실 바닥에 누웠다가, 소파에 앉았다가, 침대에 누웠다가, 이렇게 저렇게 문제 풀고 단어 체크하고 그랬다.)
한국어+영어로 일하다가, 퇴근 뒤에는 한국어로 된 중국어/영어 교재로 공부하려니 한-중-영 세국가 언어가 다 섞여서 난리도 아니었다. 공부하는 내내 몸이 축나서 구내염은 달고 살았고 시험 사흘 전부터는 심한 두통때문에 타이레놀을 계속 먹었다. 토/일요일 시험 보기 전에도 미리 타이레놀 먹고 갔을 정도였다. 두통이 너무 심했다. 스트레스때문이었을까. 어차피 잘 나오던 점수, 갱신하는 느낌으로 보는 시험이긴 했어도 일 핑계로 손에서 펜 놓고 공부 안한지 너무 오래된지라 사실 자신없었다. 그걸 내 자신이 잘 아니까, 나는 나를 속이지 못하니까. 그래서 밖으로는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 같이 굴면서도 속으로는 굉장히 고됐다.
여튼 HSK 5급은 서초에서 봤는데, 시험 내내 강남대로에서 시위대가 행진하며 내는 소리가 헤드셋을 써도 다 들렸다. 감독관에게 창문을 닫아달라고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관뒀다. 그 시위대는 시험이 다 끝나고 집에가려고 나왔는데도 교보타워 앞을 행진하고 있더라. 정말 징글징글했다.
문제 수준은 평이했다. 독해가 재밌었고, 쓰기는 마지막 9,10번 좀 더 이어서 쓸까하다가 더 썼다가 괜히 틀려서 감점될까 싶어 80자 넘기고 대충 마무리했다. HSK 끝내고 서래마을 넘어가서 저녁먹었다. 간만에 밖에서 마시는 맥주가 너무 달아서 혼자 두 병을 마셨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는 토익봤다. 새벽 4시까지도 잠이 안와서 EBS 다큐프라임 포스트 코로나 5부까지 다 보고, 겨우 침대에 누웠는데 그 뒤로도 한참 뒤척이다가 잤다. 그리고 아침 8시, 8시 10분, 8시 30분 알람 맞춰둔대로 다 일어나서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한참을 앉아있어도 정신이 안들어서 시험을 제낄까 말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결국 그냥 시험보러 갔다. 시험장이 걸어서 5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잠때문에 시험을 제낀다는게 생각해보니 말이 안되더라.
씻고 패딩 대충입고 갔다. 운동화도 신기 싫어서 슬리퍼 신고 갔다. 주머니에 샤프랑 지우개, 주민등록증 딱 세개 넣어갔다. 정말 온전히 시험만을 보기 위해서 갔다. 지금 생각해도 대견하네. 다른 때 같았으면 제꼈다.
오늘 토익은 듣기 문제 중에 복병이 많았다. 파트 1에서 한 문제 틀린 것 같고, 파트 2에서도 2문제 정도 나간 것 같다. 확실히 듣기는 3-5문제 정도 틀린 것 같다. 그래도 950은 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말 역대급 귀찮음을 이겨내고 가서 봤는데, 만점은 바라지 않으니 950만 넘어주십쇼.
아, 마음이 편하다.
HUMBLE, WORK HARD, 잘 들어주고, 잘 웃는 사람이 되어보자.
연차 언제 쓸까, 언제 놀까 이런 생각 그만하고 일 할 때는 열심히 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오늘 저녁에 계속 연차 언제 쓸지 달력보면서 고민했다.)
머리를 좀 차게 식힐 필요가 있다. 이번달은 퇴근 후 책 좀 읽고... 앞으로 이렇게- 이런 사람이 되어서- 이렇게 살아야지- 이걸 정립해야겠다. 그렇다고해서 지금까지 계획없이 막 살았다는 것은 아니고, 이제 정말 큰 노선을 좀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오늘은 머리가 아직 복잡해서, 정리를 하지 못하겠는데 그래도 두가지는 분명하다. HUMBLE, WORK 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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